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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이야기 옷 이야기

헬멧 이야기 옷 이야기

image헬멧은 총 4개 (봄여름용2, 가을겨울용2)가 마련되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고 2개가 마련되면 실망, 당혹, 무력 등등의 경우가 조합되어 발생할 수 있고 1개이거나 6개 이상일 시는 논의하지 않겠음.처음에는 3만원 짜리 정체모를 반모도 쓰고 겨울에 하관 없는 오픈페이스로도 버텼는데 이번 겨울에는 안 되겠어서 헬멧을 알아본다.내년 1월 말에 출시될 헬멧을 기다리면서 보충용(탠덤자용) 헬멧도 같이 산다.

SOL 이라는 대만 브랜드인데 10만원 정도 가격의 풀페이스다.타원형의 아시안 핏이라는데 10분이 지나가면 머리가 아프다…L 사이즈가 나을 걸.생각보다 쉘 크기도 크다.헬멧이 다 크지, 싶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헬멧을 착용하여 커지는 머리 크기 이상으로 머리가 커져서 헬멧과 무관해질 정도의 머리가 만들어지는, 그래서 헬멧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아주 큰 헬멧이 아주 많다.

꽁꽁 싸매고 1월 말까지 버티려는 용도(+ 봄여름 탠덤자용)로 비슷한 가격대의 위 헬멧을 추가로 주문했다.KYC 라는 낯선 브랜드에 SNI 인증 (바이크 헬멧은 보통 미국의 DOT 인증이나 유럽의 ECE 인증, 추가로 죽은 레이서를 추모하는 단체에서 실시하는 더 엄격한 사설 단체 인증 등을 자격 요건으로 한다)이 붙어 있길래 알아보니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된 헬멧이고, 인도네시아 교통사고의 60%가 이륜차 사고일 정도로 이륜차를 많이 타는데 근래 정부가 국제 규격을 따라 SNI 인증을 신설, 강화, 강제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가 자본이 많은 회사고 프리미엄 라인인 수오미 헬멧 자회사라고 함.어떻게 작동하는 지 모르겠는데 아래에 Anti Theft (도난방지) 장치가 달려 있는 게 인상적이다.<연연풍진>에서 인물이 인쇄공장 배달일을 하다 오토바이를 도난 당해서 자기도 옆에 오토바이를 가져가려고 연인에게 망을 보라고 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헬멧을 훔치려면 오토바이를 훔치면 되지 않을까…

겨울용 헬멧으로 처음 알아본 모델은 이것인데 실제 영상으로 보면 쉘 크기가 아주 작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과하다는 생각이 들고 생각보다 고가라 아래 모델이 1월 말에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뭐가 과할까? 건달처럼 안 보이게 입어야겠다는 친구랑 여기저기 옷 가게 살펴보고 난 뒤로(한 100만원 쓰라고 남의 돈 부추긴 뒤로) 갑자기 좀 소비욕이 늘어서 이것저것 찾아도 보는데 음…몇 가지 제약으로 인해 예전처럼 사지 않게 된다.제약은 가령 옷장 하나 넘지 않기, 수납장 한 칸 넘지 않기, 입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디자인이거나 재질이지 않기, 그래서 의식 없이 입을 수 있기, 우리가 아는 브랜드 converse 제품 유의사항에 보면 “오랜 시간 걷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는데 오랜 시간 걸을 수 있기, 비 오는 날 신을 수 있기, 이러다보니 겨울 아우터는 시장에서 나온 관리소장용 털달린 자켓 3만원 짜리 즐겨 입고, 음, 아우터…군용 장교용 점퍼 같은 거 중고로 좀 살까 싶다.

여하간 그 제약에는 실용성이라는 게 아주 크고, 실용성이 커질 때 딱히 상관 없어지는 것들이 많다.

처음에는 아래 무인양품 다운 코트를 보고 있었는데, 음…Zen을 미적 취향으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여타의 유사 부류 브랜드들보다 어떤 실용성(가령 한달에 한개씩 제품 출시하기, 원 사이즈 옷 출시하기)이 더 앞장서 뭔가 다르게 느껴졌는데 박세진 씨 글이 공감된다.2005년 LABO 라인을 내놓은 기치는 “새로운 기본적인 옷”이라고 하는데 박세진 씨는 그게 “옷의 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 옷(장) 자체를 공유할 수 있”기를 지향하는 것이라고.음…

그러니까 다품종 소량 생산의 상황에서 길거리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났을 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옷…? 명시적 강제나 명시적 공동체 없이 만들어지는 “유니폼”이 가능하다면 어떻게일까? 박세진 씨는 우리가 가진 고유한 물질적 신체가 기성품과 만나면서 산종 상태를 만들어내는데, 이제는 그 신체의 조형을 구매하듯 만들어나가기도 하고, 아래와 같은 옷은 그러한 물적 신체까지 상관 없는 것으로 만든다.음…그러나 절대적으로 상관 없지는 않고 어떤 종류의 만들어진 ‘상관없음’의 상태로 만든다.가령 박세진 씨 말대로 무인양품 원사이즈 옷도 몸이 큰 남성은 입기 힘들다.

가끔 취향에 따라 옷을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취향은 개인의 영역이고 말하자면 개성을 완성시켜 간다는 뜻이다.그리고 이 말은 맹목적인 유행 소비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취향에 따른다는 건 무엇인가, 그게 가능한가.

취향에 따른다는 말은 실제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예를 들어 몇 년 전에는 슬림핏의 바지가 취향이었다.그러다 루즈 핏의 바지가 취향이 된다.

그래픽 티셔츠, 스웨트셔츠, 옷의 길이, 폭, 재질 등등 모두 마찬가지다.이것들은 사실 작게 보면 유행에 대한 호응 혹은 반발로 이뤄져 있고 커다랗게 반복되며 흘러가고 있는 패션의 흐름에 대한 호응과 반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미 취향은 각자의 것이 아니다.

물론 혼자 옷을 상상해 낼 수도 있다.하지만 새로운 옷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라면 당장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브랜드를 런칭하는 게 옳다.상상은 대부분 지식과 경험에 기반해서 나온다.카라가 붙어 있고 버튼이 달려 있는 셔츠에 대해 아무리 상상을 해 봐도 드레스 셔츠, 브로드 셔츠, 풀오버 셔츠, 캠프 셔츠, 밀리터리 셔츠, 해빗 셔츠, 오픈 칼라 셔츠, 견장 셔츠, 샴브레이 셔츠, 베이커 셔츠, 파일럿 셔츠, 볼링 셔츠, 사파리 셔츠, 카발리 셔츠, 네루 셔츠 등등등등 세상에 무수하게 많은 셔츠 장르의 어딘가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애초에 세상 어딘가 이미 있는 것보다 나은 걸 내놓기가 어려운 법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것들을 익숙하게 알고 소재, 형태, 특징 등등을 조합해 가며 새로운 한 칸을 나아간다.

그러므로 취향은 이미 사회적이다.그렇다면 개성 따위는 없는 걸까.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모두다 인간이지만 다 생긴 게 다르다.어딘가 닮은 데가 있기도 하는데 모아 놓으면 다들 다르다.그러므로 기존의 옷은 몸과 결합해서 개성이 될 수 있다.또한 하는 일도 다르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생각하는 방식도 보통 다르다.타인의 생각을 듣고 동질감을 느끼는 일이 가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고의 기반 자체가 다르다.

흘러나온 무언가 중에 비슷한 게 있었을 뿐이다.

그런 행위는 보통 자기 확신의 방법으로 사용될 뿐이다.

출처: https://www.fashionboop.com/2117 [fashionb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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