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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시장, 70여년 만에 대폭 손질한다

한국 외환시장, 70여년 만에 대폭 손질한다

image[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한국 외환시장이 1948년 이래로 70년 넘게 유지돼온 구조를 바꾸며 현실에 맞춘 시장 개방에 나설 예정이다.이러한 변화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정부는 지난 7일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을 개방하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한국의 무역과 자본시장 규모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지만 외환시장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으로 ‘시장 안정’ 정책을 유지하며 큰 변화 없이 지속됐다.

하지만 정부는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외환시장 구조가 자본시장,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시장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로 구조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외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이라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그는 “낡은 도로로는 그간 비약적으로 확대된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고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며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이 제약받고 이로 인해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유로·엔 등 세계 주요 통화는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고 국적·법적 지위와 관련 없이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중국도 2010년 이후 역외 위안화 시장을 개설·확대하고 올해부터 역내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새벽 3시까지 연장했다.반면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한데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거래시간도 한정돼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가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이 때문에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해 2010년대 이후 NDF가 현물환의 거래 규모를 넘어서고 NDF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환율 움직임을 주도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정부는 지적했다.정부는 외환보유액 증가와 민간 대외자산 확대, 외화유동성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그간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거래시간도 연장해 국내외 투자자 모두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경로로 원화를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표시 자산 매력도도 올라가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외환시장 개방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국내 개인 투자자의 경우 야간에도 시장환율로 바로 환전해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그동안은 야간에 환전하면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假)환율로 1차 환전되고 다음 날 외환시장 개장 후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을 받아야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계획에 대해 외환시장 개방의 부작용 우려도 나타내있다.외국 금융기관의 참여가 자유로워지면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한 개장 시간이 연장되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대에는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정부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외국 금융기관만 외환시장에 참여하도록 하고 단순 투기목적 기관의 참여는 불허하는 방식이다.또 시장에 참여하는 외국 금융기관은 반드시 국내 외국환 중개회사를 경유해 거래하도록 해 당국의 거래 모니터링·시장 관리 기능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시행을 내년 하반기 목표로 잡고 있으며 앞으로 공론화와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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