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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썸&산] ‘거지 갈매기’의 꿈을 넘어 라이딩 천국으로!

[인천 썸&산] ‘거지 갈매기’의 꿈을 넘어 라이딩 천국으로!

image새우깡에 이토록 환장하다니.삼목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신도로 가는 10분 동안 괭이갈매기는 전투를 벌였다.허공에 던진 새우깡 하나에 떼로 달려드는 광경은 묘기비행 쇼에 가까웠다.현란한 비행술로 포물선을 그리는 새우깡을 낚아채고, 바닷물에 떨어진 것도 능숙하게 건져냈다.치열한 경쟁 사회였고, ‘거지 갈매기’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새우깡을 던지면 환장하고 달려든다 하여 ‘거지 갈매기’라는 별명이 있는, 신도 괭이갈매기.다리가 연결된 3개의 섬을 삼형제섬, 혹은 ‘신시모도’라고 부른다.신도·시도의 명소를 거쳐 안쪽 모도까지 대략 20km.걸어가기엔 찻길이라 지루하고, 1시간에 한 번 있는 버스를 타기는 불편해 자전거를 택했다.

자전거 캠핑이 익숙한 민미정(@outsider_min)씨와 백패킹 장비점 마이기어 김혜연 점장(@yoni_)이 신시모도의 주인공이다.평일 공항철도 탑승을 위해 접이식 자전거를 택했다.

시도 수기해변에서 1박하고, 다음날 모도를 둘러본 후 돌아갈 계획이다.

신도 구봉산은 높이는 낮지만, 숲이 짙어 산행의 즐거움은 얕지 않다.가장 큰 섬인 신도信島는 주민들이 예부터 서로 믿고 살았다 하여 이름이 유래한다.

3개 섬을 통틀어 최고봉인 구봉산(180m)으로 향한다.시멘트길 오르막을 끌바(자전거를 끌어서 오르는 것)로 오르자 풍성한 숲의 터널이다.100m대 산인데도 공기가 다르다.

의외로 깊이 있는 초록의 향연에 민미정·김혜연씨는 미소 가득이다.

산악자전거는 아니지만 못 갈 정도는 아니다.고도를 높이자 흙길로 갈아입더니, 향긋한 진수성찬을 내온다.해당화와 아카시 향기 범벅의 길, 사람 기분을 띄우는 힘이 있다.경치 없는 임도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는 길을 따라 구봉산 기슭을 반 바퀴 돌자, 선물처럼 경치가 터진다.

영종도에서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장면이 반복해서 재생된다.

구봉산을 오르며 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는 민미정씨.비행기 구경하기 좋은 정자인 구봉정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정상으로 향한다.왕복 1.4km의 짧은 산행이라 쓰레기 수거 가방과 집게를 들고 나선다.깨끗한 것 같지만 등산로에서 한두 발 떨어진 곳에 비닐·페트병이 드문드문 있다.산길에 버리기는 미안해서 옆으로 던진 그 양심에, 성숙이 깃들기를 소원했다.

“벌써 정상이야”라는 말이 어울리는, 구봉산.돌탑이 있는 숲 한가운데서 돌아가며 BAC 인증사진을 찍는다.시원한 맛은 없으나 숲 그늘 짙고 벤치가 있어 사랑방 분위기다.구봉정으로 돌아가 자전거로 하산한다.

구봉산을 내려와 시도로 향하는 김혜연씨의 표정이 밝다.숲 향기 가득 묻힌 채 시도로 향한다.

갯벌과 바다가 반반씩 자리한 다리를 지난다.수량 적은 강줄기 같은 순한 바다를 지나 다음 섬에 닿았다.

가끔 사람을 부르는 길을 만난다.지금처럼.왼쪽으로 뻗은 해안선을 따라 난 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아카시 꽃향이 진동하는 하얀 길 옆으로 수평선이 펼쳐진다.

옛날 늦바람이 불면 어부들이 피했다는 느진구지 해변.

오도가 덩그러니 앉아 있다.섬은 대부분 걷기길이 있어 공식처럼 따르는 코스가 많은데, 신시모도는 없다.발길 닿는 대로, 바퀴 가는 대로 누빌 수 있는 무명의 길이 널려 있다.시도 남쪽 끝에서 조용한 해변을 만났다.

느진구지해변이다.어부들이 고기를 잡다 늦바람이 불면 피하는 해변이라 하여 ‘늦은구지’라 부르던 것이 ‘느진구지’가 되었다고 한다.바람도 없고 어부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하는 지금은 갯벌만 남았다.갯벌 가운데 무인도인 오도만 덩그러니 남아 몰락한 왕조처럼 부지런히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가파른 언덕을 넘자 4m 높이의 거대한 ‘도로 끝’ 안내판이 있고, 그 뒤로 부드러운 모래 해변이 숨어 있었다.파도치지 않는, 갯벌만 남은 바다는 영화가 끝난 극장 같았다.아무도, 어떤 편의시설도 없이, ‘도로 끝’ 안내판만 있는 장골해변은 아카시 나무 노거수가 풍성해 나름 은밀한 야영 명소로 꼽힐 만했다.노을이 연주하는 빛의 변주곡을 한 박자도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해변 같았다.

야영 명소로 꼽히는 수기해수욕장.

정면으로 강화도 마니산이 옹골차게 솟았다.

아카시 나무 노거수가 해변을 에워싸고 있어, 아늑한 분위기다.텐트를 칠까 고민하다, 결국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는 수기해수욕장으로 향했다.식당과 카페가 있는 신시모도의 중심가 북도면사무소 소재지를 지나자 꼬리 흔들며 달려오는 시고르자브종 같은 풍경의 연속이었다.

시고르자브종은 시골잡종 개를 그럴듯하게 부르는 농담 섞인 속어다.언덕을 넘자 딴 세상이다.잠깐 딴청 피우는 사이 드라마의 흐름이 바뀐 것마냥, 농촌에서 관광지로 바뀌었다.500m에 달하는 긴 모래해변, 식당과 편의점이 있는 단독 건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함을 유지한 화장실과 개수대, 분리수거장이 있어 하룻밤 지내기 제격인데, 텐트 친 이가 아무도 없다.

마이기어 김혜연 점장이 아침식사로 솜씨 발휘를 했다.

몸에 좋은 온갖 야채를 호밀빵 위에 올려 만든 오픈샌드위치.주민으로 보이는 할머니께 텐트 치고 하루 묵어도 될지 여쭙자 “지난 주말에도 텐트 엄청 쳤다”며 “평일이라 사람이 없는 것”이라 일러 준다.“꼭 자고 가라”며 “쓰레기봉투며 음식도 팔아 주면 좋고”라는 말을 덧붙인다.일단 쓰레기봉투만 사서 텐트 칠 자리를 찾는다.

‘도로 끝’ 안내판이 있는 장골해변.김혜연(왼쪽)·민미정씨.도로가 끝나는 곳에 은밀한 해변이 있다.해변가에 아카시 나무 거목이 널렸다.해변 깊숙한 곳, 아카시 나무 아래에 텐트를 친다.

달콤한 향기가 은은히 퍼지니,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에 온 듯하다.이 넓은 해변에 사람이 없는 건, 잔뜩 흐린 하늘 탓도 있다.텐트를 치자마자 비가 쏟아진다.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드럼 소리처럼 상쾌하다.식당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나누는 저녁, 두런두런 나누는 말이 길을 내어 어둠 속으로 퍼져나간다.그 길이 얽히고설켜 수북이 쌓이자, 비로소 각자 텐트로 돌아가 침낭에 몸을 밀어 넣는다.잠결에 파도소리가 텐트 앞까지 온 듯했으나 노곤함의 무게에 눌려 일어나지 못했다.

수기해수욕장의 이색적인 데크 길.마니산 감상 제격인 휴양지 해변 아침이 되자 반가운 손님이 와 있었다.

바다 건너 마니산이 힘을 주며 잔뜩 폼을 잡고 있다.흐렸던 탓에 묻혀 있던 맞은편 강화도 산등성이가 또렷하게 드러났다.강화도에서 이 섬을 과녁삼아 화살을 쏘았다 하여 ‘시도矢島’라 불린다는 말이 있으나, 잘못된 설명이라고 한다.원래 고기 잡는 ‘살’을 많이 설치했다고 하여 ‘살섬’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어 ‘사람이 살 만한 섬’이란 뜻의 ‘살 거居’자를 써서 거도로 표기하게 된 것.이후 살섬이 와전되어 ‘살’은 화살로 잘못 이해되어 시도矢島라 표기하게 되었다.강화도에서 시도까지 5km 떨어져 있어 화살로는 닿을 수 없는 거리다.오해에 오해가 쌓여 없던 이야기까지 생긴 셈이다.

모도의 명소인 배미꾸미조각공원 조각작품.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공원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색다른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화창한 오전의 햇살과 아카시 향기, 마니산의 힘 센 능선까지 곁들여지니, 머리에 새집을 틀고 있어도 영화의 한 장면 같다.아름다운 해변에 한 사람도 없는 것이 비현실적이다.아카시 나무 아래, 아무 생각 없이 캠핑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텐트를 접기 아쉬웠으나, 모도가 남아 있었다.한층 뜨거워진 햇살 속에서 페달을 밟았다.모도는 그물에 고기는 올라오지 않고 띠茅(모·여러해살이 풀)만 걸린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한다.

모도의 또 다른 기념사진 명소인 ‘Modo’ 조형물.모도 남쪽 끝 해안선에 있다.

모도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 기념사진 명소다.이일호 조각가의 조각 작품 100여 점이 있는 해변은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사랑과 고통, 삶과 죽음을 담은 초현실적이고 강렬한 색감의 작품이 바다 앞에 서 있었다.

시도 입구의 다리에서 느진구지해변으로 이어진 해안길.걷기보다는 자전거로 달리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1석3조가 아닌 1석3도島 여행의 끝이다.신도 선착장에는 ‘거지 갈매기’가 마중 나와 있었다.다시 벌어진 새우깡 혈전.유독 한 마리가 관심 없다는 듯 점점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나는 다른 갈매기와 달리 비행 자체를 사랑하는 갈매기 같았다.리처드 버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 주인공 조나단일까? 높은 곳으로 향하는 날갯짓이 자유로웠다.

신도 시도 모도 가이드

신도는 구봉산, 시도는 수기해수욕장, 모도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 명소이다.BAC인증지점인 신도의 구봉산은 시원한 맛은 적으나 풍성한 숲이 주는 청량감이 있고, 산허리를 도는 임도가 있어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비포장 임도가 있어 MTB로도 갈 수 있다.

구봉정까지 가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정상을 다녀오는 것도 방법이다.정상으로 이어진 산길은 자전거를 타고 오를 수 없다.자전거로 왔다면 신도1리 방면에서 정상을 다녀온 후 다음 섬인 시도로 넘어가는 동선이 합리적이다.모래해변 천국 시도는 수기해수욕장이 북쪽 끝에, 장골해변과 느진구지해변이 남쪽 끝에 있다.

시도 입구의 다리에서 장골해변이 1.5km, 수기해수욕장이 2km 떨어져 있어 자전거로 다녀오기에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다만 장골해변에 닿기 직전 짧은 고개를 넘어야 한다.백패커들이 가장 야영을 많이 하는 곳이 시도의 여러 해변이다.휴가철에는 마을에서 유료로 운영하며, 이외에는 제약이 없는 편이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야영을 제한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주민들은 “깨끗이 이용한다면 야영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모도 배미꾸미조각공원은 기념사진 명소로 꼽힌다.이일호 조각가가 운영하며 입장료 2,000원을 받는다.

모도 입구에서 1.3km이다.신도 선착장에서 구봉산 구봉정을 거쳐, 수기해수욕장, 배미꾸미조각공원을 잇는 코스는 12km이다.장골해변과 느진구지해변을 추가하면 4km 늘어난다.

뙤약볕에 노출된 찻길이 많아 걸어서 둘러보기엔 부담스럽고 자전거를 타면 즐길 만해 라이딩 명소로 인기 있다.배미꾸미조각공원에서 신도선착장까지 곧장 가면 6km 거리다.교통 맛집

BAC 플러스 가이드 기사 참조 BAC 인증지점

구봉산 정상 N37 31.487, E126 26.730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7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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