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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최악 경기장 참사’ 솜방망이 처벌에 유가족 분노

인도네시아 ‘최악 경기장 참사’ 솜방망이 처벌에 유가족 분노

image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지방법원에서 열린 칸주루한 스타디움 압사 참사 재판에 경찰 기동대 지휘관 하스다르마완이 출석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역대 최악의 축구장 참사’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칸주루한 스타디움 압사 사건 책임자 처벌을 두고 사회적 반발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알자리라통신 등에 따르면, 칸주루한 스타디움 압사 유가족 상당수는 내주 예정된 법원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이들은 “그동안 겪었던 일들에서 너무도 트라우마를 얻었고, 당국의 무책임함에 환멸을 느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수라바야 지방법원은 칸주루한 스타디움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경찰관 3명 중 2명에겐 무죄를, 1명에겐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법원은 경찰 기동대 지휘관 하스다르마완에 대해 “예상하기 쉬운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난동을 피우는 관중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었다”며 대원들에게 최루탄을 쏘도록 한 혐의를 인정했다.그러나 무죄를 받은 2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날 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하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AFP는 전했다.한 유가족은 “판결이 불만족스럽고 실망스럽다.

정의가 산산조각난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정의는 없었다.이번 사건이 조작됐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당초 검찰은 하스다르마완의 혐의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지난해 10월1일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말랑의 칸주루한 스타디움에서 축구 경기가 끝난 후 관중 135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당시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1부 리그(BRI리가1) 아르마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경기에서 홈팀 아르마FC가 3대 2로 패배하자 분노한 아르마FC 팬들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다.

경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관중들이 다시 이를 피하기 위해 특정 출구로 몰렸다.그러나 훌리건의 진입을 막기 위해 출구 대부분이 처음부터 잠겨 있던 탓에 압사 피해가 커졌다.

지난해 11월1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말랑에서 축구 팬들이 ‘전부 최루탄 때문이다’라는 현수막과 칸주루한 스타디움 압사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이후 경찰이 그라운드 뿐만 아니라 관중석에도 최루탄을 쐈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다.당시 영상을 보면 관중들이 방패와 곤봉을 든 경찰과 대치하거나 몸을 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장 안전과 보안 규정’에서 총기나 ‘관중 통제용 가스’를 경찰과 보안관이 소지·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이후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성한 합동진상조사단에서도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 재판부는 “군중들의 행동이 최루탄 사용 결정에 기여했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이 조사에 협조한 점도 참작됐다.앞서 법원은 이번 참사에 관해 홈팀 책임자와 경기장 보안 관리자에게는 과실치사 혐의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을 선고했다.그러나 정작 최루탄을 사용한 경찰 지휘관들에게 무죄를 내린 것이다.

이날 판결 이후 대학생 수백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번 참사로 아내와 두 딸을 잃은 한 남성은 “판결은 부당하다.만약 내가 길에서 누군가를 때려 뼈를 부러트렸더라도 이들보다 더 많은 형량을 받았을 것”이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또 다른 생존자는 “135명이나 죽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5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에서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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