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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 feat. 바르셀로나 길거리

image일상 그리고 맛집 여행을 떠나는 이유 feat. 바르셀로나 길거리
디프 Cardi B 노래 들으며 심심해서 써보는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feat. 바르셀로나 길거리
현충일 덕분에 샌드위치 연휴가 생겼고 연차를 사용해서 오랜만에 4일 연속 쉬게 되었다. 사람이 바쁘면 한없이 바쁘고 늘어지면 한없이 늘어지는 것이 본성이기 때문에 오늘 역시 별로 포스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근래 롤을 다시 시작하게 됐는데 그냥 저녁 먹고 롤 한두 판만 하고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다 잠들 생각이었다. 게임이야 원래 한번 시작하면 한 시간 이상 못하기 때문에 오래 할 수도 없고 그냥 창문 열고 유투브나 보면서 여유를 만끽할까 했다. 근데 롤은 시작할 수도 없었고 생각보다 시간이 남아 우선 컴퓨터를 켜고 앞에 앉았다.

그러다 바탕화면 사진첩 폴더 안에 ‘바르셀로나 길거리’라고 모아둔 사진이 있어 급 포스팅을 작성해본다.


그냥 일상처럼 아무 말이나 적어놓을까 했는데 몇 번의 테스트를 거듭해본 결과, 정말 아무도 검색하지 않는 키워드는 열심히 적은다한들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이웃이 많은 편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나름 키워드를 뽑아봤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 사실 이와 비슷한 글은 여태까지 많이 써왔다. 일상 글에서도 썼던 것 같고 여행기마다 순간순간 녹여내기도 했고, 또 나름 푸념 글에도 많이 썼다. 주로 티스토리에 쓰긴 했지만 말이다. 가끔 블로그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글로 생각을 녹여내면서 내뱉지 못한 말들을 한번 정리하고 또 그로 인해 약간의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는 것이기에 오늘도 그런 긍정적인 효과를 한번 노려볼까 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라.

.. 나에겐 아주 명확한 답변이다. 간단히 말하면 그 상황이 너무 좋아서, 좀 진지하게 말하면 이제는 내 인생에 너무 큰 부분을 차지해서..? 얼마 전 그냥 SNS에 돌아다니는 짤에서 특정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몇백억을 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나에겐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 바운더리 안에서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 바운더리 밖의 세상이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고 싶고 낯선 상황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싶다. 낯선 곳에서의 낯선 나의 모습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특정 지역에서만 가질 수 있는 특정한 추억을 쌓아가는 재미도 있다. ‘어디’하면 ‘아 그때?’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런 것이랄까.
단순히 여행을 좋아한다라고 표현하면 잘 와닿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왜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삶의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은지 예를 들어볼까 한다.

아마 처음 진짜 자유여행으로 해외를 떠난 것이 21살인가 22살인가 그때였던 것 같다. 10대 때 해외를 나가본 적이 있긴 한데 부모님을 따라 그냥 패키지를 다녀왔던 것이라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형이랑 수영장에서 놀다가 형이 안경을 잃어버려서 일본인 친구들이 같이 찾아줬던 것..

? 우주복 같은 모자를 쓰고 바다로 들어가 스노쿨링 했던 것, 딱 이 두 장면만 기억이 난다.


아무튼 그렇게 첫 해외여행을 떠났고 그때부터 목표가 생겼던 것 같다. 더 많은 곳을 최대한 빠르게 나가보자고 말이다.

사실 꿈이 있다는 문장 그 자체가 간단하긴 한데, 난 꿈이 뭐다라고 분명히 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 당시 여행은 나에게 목표이자 꿈이었다.

10대 때 그냥 평범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단기적으로 잡는 공부 같은 것을 빼고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 나에겐 이때가 처음이었다. 뭐든 그냥 하니까 하는 거였다. 운동도 그냥 하니까 하는 거고 노는 것도 그냥 노는 거니까..


그렇다고 막 페이스북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배낭 하나 메고 몇십 개국 여행을 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었고 학교를 온전히 다니면서 방학 때마다, 또 시간이 있을 때마다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학기 중에는 돈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체력이 부족한 터라 알바를 하면 포기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장학금을 따고 뭐 이것저것 공모전에도 나가고 기타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나의 목표 때문에 다행히 긍정적인 결과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났고 단순 여행만 즐긴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결과물도 많이 얻었다. 그렇게 많다면 많은, 적다면 적은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녔다.

그래도 제일 행복했던 때가 첫 직장을 퇴사하고 일 년 동안 쉬면서 돌아다녔을 때가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 다녔던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우선 금전적인 부분이 확연히 차이 나다 보니 선택지가 넓어졌다. 물론 머무르는 곳은 호스텔, 게스트하우스로 비슷했지만 말이다. 대부분 혼자 다니는 여행이다 보니 호텔에서 자면 너무 심심할 것 같았다.

그렇다 해 호스텔에서 잔다고 친구들이 많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퇴사 후 1년 동안 돌아다닌 곳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뽑으라면 한 달 동안 돌아다녔던 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다. 정말 고민 많이 했다.

지금 내 생황에서 이런 스케줄을 짜고 다녀오는 것이 맞는지 말이다. 근데 답이 간단명료했다. 퇴사한 이유가 여행을 떠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가야 했다. 그렇게 스페인 마드리드에 처음 도착해 포르투갈을 지나 바르셀로나까지 쭉 돌았다.

리스본이었나.. 야경을 보는 장소가 있었는데, 거기 앉아있다가 ‘아 이번에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 처음 왔을 때가 23살인가 24살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대부분 내 친구 또래가 많았는데 지금은 대부분 나보다 동생이었다. 물론 형 누나들도 많았지만 그들과는 교류가 잘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혼자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지 동행을 구해도 대부분 동생들이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으로 한인 민박에서 머물렀는데 거기선 좀 만났다. 그때 딱 든 생각이 뭔가 여행 스타일이 달라서 못 만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무튼, 굳이 나이 때문은 아니어도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자유를 누릴까 싶었다. 뭐 물론 후에 내 선택에 따라 다시 정해지는 것이겠지만 그게 또 한해 두해 흐를수록 쉬운 것이 아님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두 번째 직장을 갖게 되었고 현재 다닌 지 약 1년이 되어가고 있다. 나름의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1년 동안 몽골, 인도네시아, 발리 세 나라를 다녀올 수 있었다.

뭐 대부분 휴일에 맞춰 겨우 다녀온 것이지만 말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곳이라도 단순 연차로 2주 이상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사장이거나 아니면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겠다. 업무차 해외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도 모르게 순간 너무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해버렸다.

퇴근하면 원래 회사 이야기는 하면 안 되는 것인데 말이다. 다시 돌아와, 아무튼 오늘 이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반복적인 이야기긴 한데 그냥 요즘 내가 좀 무기력했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공허한 느낌이랄까. 분명히 휴일엔 놀러 가고 평일에 운동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재테크도 하고 다하고 있는데 공허했다.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내면으로 들어가 좀 고민해봤는데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여행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20대의 대부분을 여행을 떠나기 위한 삶을 살았다. 근데 그 과정이 취직을 통해 거의 기능을 상실했다.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 미약한 불씨를 살려보고자 다다음 주에 오랜만에 일본으로 떠난다. 그리고 다녀온 뒤 또 계획을 짜볼 예정이다.

겨우 태운 불씨를 꺼뜨리고 싶지 않기도 하고.. 뭔가 단기 목표가 있어야 또 살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은 죽을 때까지 내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고 난 언제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이 부분만은 놓치고 싶지 않다.

뭔가 떠나지 못하는 삶은 나에게 너무 목적이 없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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