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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교통 확충과 동남아시아의 앞날

image대중 교통 확충과 동남아시아의 앞날 기사입력 2019-05-03 15:27 Tweet 공유하기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2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필리핀 마닐라 그리고 태국 방콕. 1000만명이 넘게 거주하는 동남아시아 3개 나라 수도인 이곳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살인적인 교통난에 허덕이는 거대 도시라는 사실이다.
세 곳은 전 세계 주요 지역 교통 체증과 혼잡도 순위를 매기는 국제 조사에서 예외 없이 상위권에 이름이 올랐다.
이들 도시를 중심으로 여행 혹은 출장을 다녀왔다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답답한 차량 흐름에 연신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동남아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을 실감한 것은 자카르타에서 동남쪽으로 약 130㎞ 떨어진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 반둥에 체류할 무렵이었다.

반둥 중심부와 인근 2개 도시를 연결하는 여객 운송업에 종사하는 한국계 투자기업에서 근무하며 현지 교통 인프라스트럭처가 자연스럽게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도 열악한 대중교통 시스템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지하철과 같은 도시고속철도(MRT)는 구경할 수 없었고 버스 또한 교통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질적·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대다수 현지인은 출퇴근과 등·하교 등 일상적 활동을 오토바이 혹은 앙콧(angkot)으로 불리는 소형 마을버스에 크게 의존했다.
경제성장에 발 맞춰 도시 안팎으로 이동 욕구는 급증했지만 개·보수 작업이 만성화된 기존 교통 인프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반둥을 떠나 자카르타로 옮겨온 뒤 목격한 현장은 더욱 심각했다.
대중교통 확충과 도로망 정비는 더딘 가운데 도로에는 매일같이 차량 1000여 대가 새롭게 쏟아져 나왔다.
경제가 발전 가도를 달리면서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생긴 중·상류층이 앞다퉈 차량 구매에 열을 올린 까닭이다.
그 결과 사람과 오토바이, 자동차 등이 뒤엉키며 금요일 퇴근길 자카르타 시내에서 2㎞를 움직이는 데 무려 3시간을 도로 한복판에 갇혔던 경험도 있다.
현지인들도 교통 정체를 피해가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공항에 늦게 도착해 항공편을 놓치는가 하면 국영항공사 최고경영자(CEO)가 “장관이 참석하는 회의에 지각할까 봐 승용차에서 내려 오토바이를 이용했다”는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대통령조차 나서 “교통 정체로 인해 연간 65조루피아(약 5조3000억원)를 길바닥에 버리고 있다”고 한탄했을 정도다.

도시 규모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운 마닐라와 방콕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마닐라는 경전철(LRT) 2개 노선과 MRT 1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미 수용 능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출퇴근 시간이면 마닐라 시내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연간 18억달러(약 2조1000억원) 규모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일찌감치 나왔다.

도심 곳곳을 촘촘하게 연결한 지상철(BTS)을 앞세워 한때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에서 가장 앞선 대중교통 체계를 자랑했던 방콕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방콕 중심부와 외곽 지역을 잇는 노선 확장이 늦어지면서 러시아워에는 교통 지옥이 따로 없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개통된 자카르타 MRT 1단계 구간 차량 내부 올해 3월 개통된 자카르타 MRT 1단계 구간 역사 플랫폼 그나마 각국 정부가 대중교통망 확장 필요성에 공감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인도네시아에는 2017년 12월 공항철도가 개통된 데 이어 올해 3월 자카르타 남부와 중심부를 잇는 MRT 1단계 구간이 완공됐다.
여기에 LRT 1단계 구간도 시범 운행이 한창이다.
실제 정치적 이유와 예산 부족 등으로 공사 지연이 반복됐던 인도네시아 1호 MRT에 대해 현지인들은 만족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필리핀 역시 2025년까지 마닐라 남북을 관통하는 25.

3㎞ 길이 지하 노선을 신설해 도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이 밖에 교통 정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에도 첫 MRT 노선 공사가 마무리돼 개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랩(Grab), 고젝(Go-Jek) 등 대중교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가 급성장한 배경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해묵은 교통 체증 이슈. 동남아 각국의 대중교통 인프라 개선 구상이 어떻게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방정환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 저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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