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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칼럼] 한국 대기업이 망한다면

[김대영칼럼] 한국 대기업이 망한다면

image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법인이 올해는 법인세를 내지 못할 형편이다.법인세는 회사의 이익에 매기는데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개별회계 기준으로 각각 11조5000억원과 4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못 내게 된 것은 1972년 이후 52년 만의 일이다.법인세뿐 아니라 대기업들은 국내 고용과 세수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약 12만명과 8만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SK와 LG그룹의 고용인원도 각각 12만6000명과 14만명에 달한다.이는 본사 인원이며 협력사들의 인력은 더욱 많다.

대기업의 역할이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많은 국민들은 대기업이 사람을 채용하고 세금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그러나 기업은 살아 있는 물고기와 같아서 계속 부담을 가하면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가 안전하다고 여긴 것들이 한꺼풀 들어가 보면 매우 깨지기 쉽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과거 휴대폰 제국을 건설한 노키아는 스마트폰이 나오자 시장에서 사라졌다.디지털카메라가 나오자 아날로그필름을 만들던 코닥이 망했고 일본 전자업계의 거물인 소니도 신사업으로 사업을 재편한 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0대 재벌그룹 중에서 절반이 파산하거나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을 당했다.특히 재계 서열 2위이던 대우그룹이 공중분해되면서 대우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외환위기는 한국인들의 생각과 선택을 바꿨으며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만약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는다면 국가 전체로 재앙이다.실업자가 쏟아지고 수많은 협력사들의 연쇄 도산으로 산업생태계가 붕괴된다.대기업에 대출해준 은행들이 파산할 것이며 증권시장도 마비될 것이다.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재정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고 교육이나 교통 등 공공서비스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연쇄 도산은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은 보호무역주의나 자국 우선주의를 넘어서 국가 주도의 ‘국가자본주의 시대’다.핵심 산업을 모두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미국이 대표적이다.미국 내에 공장을 짓겠다는 기업에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반도체 분야에 지급될 보조금을 보면 TSMC에 66억달러, 삼성전자에 64억달러 등이다.

전기차와 차량용 배터리 생산시설 건립 때도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천명했다.일본도 마찬가지다.보조금을 지급하고 TSMC의 신공장을 구마모토에 유치했다.

국가자본주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경쟁의 규칙도 바뀌었다.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대항전이 펼쳐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혼자서 경쟁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상황을 보자.대기업에 대한 지원은커녕 수십 년째 ‘재벌 특혜론’ 프레임에 갇혀 구닥다리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많다.한국 기업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고아 같은 존재로 남은 상태다.

한국의 정치인이나 정부나 노조도 모두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정치인들과 정부는 물론 국민까지 모두 나서야 한다.여야나 좌우를 떠나서 팀코리아로 뭉쳐야 한다.그래야만 거대한 자본과 막강한 파워를 가진 강대국들로부터 지금 있는 한국의 산업이라도 지켜낼 수 있다.

[김대영 국차장 겸 컨슈머마켓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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